<아프락사스>
 "허무에서 출발해 그림 속에서 다시 삶의 흔적을 발견하는 과정"
“한 마리의 거대한 새가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그 알은 이 세계였고 따라서 이 세계는 산산조각이 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새는 신을 향해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이다." 
'아프락사스'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등장하는 화자로, 스스로의 내면에 대한 믿음을 상징한다.
허무주의에 사로잡혀 "내가 그려내는 그림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맞닥뜨릴 때면, 나는 다시 백지에서 그 이유를 찾고자 길을 더듬어 나간다. 존재와 실체 속에서 영위하다 보면, 이성은 점점 멀어지고, 그 빈자리에 종종 이성을 흉내 내는 상상이 깨어나 있곤 한다. 상상은 때로는 혼란을, 때로는 깨달음을 동반하며, 나를 새로운 길로 이끈다.
그림 밖의 세상은 가로등의 불빛, 식탁 위의 그릇과 그 안의 음식들, 푸른빛을 내는 광고판, 지나가는 행인의 모습까지도 생생하지만, 화면 속 그림은 정반대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며, 때로는 허무와 맞닿아 있다. 이성을 흉내 낸 상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화면 속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열망을 자극하며, 그림 속에서 각자의 여정이 새롭게 펼쳐진다. 백지 위에 그려내는 회화는 자연의 흔적을 담아내며, 알 수 없는 곳으로, 어쩌면 새로운 세계로, 혹은 허무로 이어지는 흔적일지도 모른다. 모든 흔적은 내가 알 수 없는 길로 나를 이끌며, 나는 그 과정 속에서 나 자신과 세상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나는 역사에서 존재와 이유에 대한 물음을 고민하고, 비옥한 상상을 신화에서 채취하며, 문학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경험한다. 회화와 그 과정은 오롯이 나를 지켜내는 도구가 되어, 나의 삶을 반추하게 한다. 허무는 나를 한없이 무너뜨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공허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새롭게 마주했다. 허무는 나를 둘러싼 알이었다. 그 알 안에서 나는 숨을 고르며, 기다렸다. 나는 알 속에 갇힌 새처럼 다시 날아오를 준비를 한다. 아프락사스처럼.

<Aphraxaas> 
"The Process of Starting from Nihilism and Rediscovering the Traces of Life within the Painting"
"A giant bird struggles to emerge from its egg. That egg was this world, and thus, this world could not help but shatter. The bird flies toward the divine. The name of that divine being is Aphraxaas." 'Aphraxaas' is a symbol of inner belief, representing the narrator in Hermann Hesse's novel Demian, and the belief in one's inner self.
When I am caught in nihilism and confronted with the question, "What can the painting I create actually mean?", I once again trace my way from the blank canvas to find the reason. As I live within existence and reality, reason gradually drifts further away, and in its place, imagination that mimics reason often awakens. Imagination, at times, brings confusion, at other times, enlightenment, and leads me down a new path.
The world outside the painting is vivid—streetlight glows, the dishes on the table and the food in them, the blue glow of an advertisement, the figures of passing pedestrians—but the painting on the canvas seems to pull into a completely opposite world, at times even brushing against nihilism. Imagination, mimicking reason, awakens a desire within people to enter into the painting, and within it, each person embarks on a new journey. The painting created on the blank canvas contains traces of nature, leading to an unknown place, possibly to a new world or perhaps to nihilism. All these traces guide me along an unknown path, and in the process, I once again face myself and the world.
I ponder questions of existence and purpose in history, harvest fertile imaginations from mythology, and experience various stories of life through literature. Painting and its process become tools that preserve me, allowing me to reflect upon my life. Nihilism appeared to completely destroy me. But within that emptiness, I was finally able to face who I am and what I want in a new way. Nihilism was the egg that surrounded me. Inside that egg, I paused and waited. I now prepare to fly once again, like the bird trapped inside the egg. Like Aphraxa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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